활동소식[조직문화] 조직문화 작업실2019_우리 조직에 맞는 문화를 만드는 질문 도구

관리자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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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19년 7월 2일. 조직문화 작업실의 스케치 글을 쓰기 위해 오후 반차를 냈다. 모든 병이 그렇듯, 지난주에는 예고도 없이 앓게 된 급성 복막염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가는 통에 한 주를 통째로 입원을 했다.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보니 한 주 동안 처리되지 않은 서류가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딱히 기한이 정해진 일도 아니니 네가 아팠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다. 나의 일터는 총원 다섯 명의 아주 소규모인 곳이고, 내 사수는 단 한 명이다. 사이가 좋지 않다. 파티션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개만 빼면 얼굴이 보이는 곳인데 굳이 카카오톡으로 업무 교류를 하려고 해서 다툰 일이 있었다. 나를 너무 미워해서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되는 한 글자까지 지적하려고 눈에 불을 켠 사람이다. 오늘의 반차는 거의 한 달 전에 예정되어 있었고, 회사와도 합의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일주일 간 입원을 했는데 기어코 반차까지 쓰냐며 눈치를 주는 사수를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으레 그렇듯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인드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고 했다. 산으로 가기에 사공 다섯 명은 그렇게 많은 인원이 아닌 것 같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나의 사수는 드라마를 보는 것 외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 전에 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동성애자들은 무섭다"라는 말부터 했다. 나와 사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중장년의 남성. 인권 및 젠더 이슈가 스몰토크의 주제로 나올 때마다 나는 긴장하게 된다. 나를 보호해야 하는 일은 온전히 나만의 몫이다. 이 보호의 최소한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잦다. 때로는 내가 너무 나약하고 무른 인간이라 상처를 받는 것 같아서 슬퍼질 때가 있다. 아니라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다.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워크숍 시작을 기다리며 들어가는 글을 썼다. 워크숍을 끝까지 지켜본 후의 내 마음은 또 어떤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을지 기대하며.



마음열기 및 주제도입


어떤 사람들이 스스로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성찰하는 걸까. 한국인이기는 할까? 너무 궁금했다. 워크숍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다과를 나누어 먹는다. 어떤 테이블은 벌써 활발히 대화가 이루어진다. 오늘 이 자리는 조직변화지업사원 중,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지하게 성찰해볼 법한 내용을 선별하여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문법을 확산하는 자리이다. 시작에 앞서 참가자 모두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질문과 대화 워크북>을 받았다. 워크북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노동권, 휴식과 성장, 조직문화이다. 가이드가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 문화’라는 것은 혼자서는 변화시키기 어렵기에, 다양한 단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기로 했다.

워크숍의 진행과 사회는 민주주의기술학교의 연구원들이 맡았다. 여기는 실제로 등하교가 이루어지는 학교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은 정말로 학교와 닮아 있다. 나와 내 주변을 되돌아보고 생각과 경험을 함께 고민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우리가 다녔던 그 수많은 학교들만큼 중요한 곳이 아닐까.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은 너무 어렵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러한데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 말을 할 것도 없다.


오늘 컨디션은 어땠는지,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워크숍이 시작된다. 스물다섯 명 남짓의 참가자들은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들이고 단체의 규모와 성격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한 참가자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를 찾기 위해 참석”했다고 밝혔다.

고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이 고민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고민과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지만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지향점은 같을 것이다. 그 만듦에 있어 나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만 할까. 사람들이 모이고 나면 다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에 정답은 없다. 이 정답 없음의 질문들을 함께 고심하기로 한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               __________)이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 __________)이다" 라는 문장을 두고 빈칸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 조직문화를 문화재와 같이 역사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참가자의 발언이다.

안녕하세요, 조직문화라고 하는 공통적인 관심사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무형문화재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어렵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 싶은 불확신이 생기기도 합니다.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구성원이 바뀜에 따라 조직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조율되는 것들 또한 계속 바뀌고 달라집니다. 이런 점이 손에 손을 거쳐서 전수되는 무형문화재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조직문화라는 것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비전과, 그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은 모두 함께 공유해야 더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과, 이 힘을 어떻게 전달하고 포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살피고 어떤 언어를 주고받는지 보면 그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말과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곧 문화를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각 테이블의 생각을 짤막하게 나눈 후, 사회자의 간결한 정리가 있었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신념, 이념, 규범과 전통, 기술과 지식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념으로서 조직 구성원과 조직체 전체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딘 카터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혼돈에서 바로 창의성과 혁신성이 나오지요. 파타고니아는 의도적으로 혼돈을 설계하며, 팀과 개개인이 그런 혼돈에서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와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어떤 키워드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팀과 개개인이라는 말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면 혁신도 없고 가능성도 없을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서로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다른 점을 어떻게 존중하고 인정하면서도 합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으로는 이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이로 인해 관계가 멀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그 걱정을 타파하기 위해 다음으로는 조직문화를 톺아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조직문화 톺아보기


톺아보다. 샅샅이 훑어가며 살핀다는 뜻이다. 이 시간에서는 조직 내에서 변해야 할 것들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변해야 할 것들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떤 테이블에서는 변해야 할 것 항목에 ‘초심’을 적어 넣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의 패기 넘침,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이런 것들을 잠시 내려 두고 쉬어 갈 줄 아는 여유를 다잡기 위함일 것이다.

변해야 할 것은 각자의 단체와 개인의 지향에 따라 매우 세세하게 발표된 와중에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탈피해야 하는 수직 구조, 구조적인 문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 같은 것. 한 참가자는 소속된 단체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일상에서 말을 나누었을 때엔 수직적으로 느껴지는 권력 때문에 힘들다고 하기도 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 많았다. (조직 혹은 단체의) 목적, 가치, 신뢰, 존중, 배려와 같은 것이 주를 이루었다.


조직문화 톡톡톡

 



2018 공익활동가포럼_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질문과 대화 워크북 中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문화를 위해 던지는 질문들은 사실 마냥 새롭지는 않다. 언제나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누구나 고민할법한 것들이었고, 누구나 고민했기 때문에 정해진 답 또한 없다. 이 시간에는 책임과 권한, 노동권, 휴식과 성장이라는 세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임과 권한 : 누가 책임지며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지?  / 그 책임 하에 어떤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며, 처리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회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노동권 : 임금, 시간, 공간 등 노동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 및 노동 시스템

휴식과 성장 : 개인과 일, 성취와 성장, 일과 삶의 균형, 단체와 함께 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역량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없는 것과 있는 것,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조직 내에서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맵핑 작업이었는데, 참가자들의 참여가 가장 뜨거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차례로는 6*6 빙고를 만들어야 했는데 각자 속해있는 조직의 특징을 공유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책임과 권한, 노동권, 휴식과 성장이라는 세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행사의 분위기를 읽기 위해 참가자 테이블 사이를 살금살금 걸어 다녔는데 이 시간에는 그러지 못했다. 행사 시작할 즈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떤 테이블에서는 박수갈채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모두 건강한 조직문화를 원한다. 이 마음이 서로 초면인 사람들을 손뼉 치게 만들었다. 좋은 변화가 시작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워크숍 북에 실린 질문에 바로 답을 내리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좋은 답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질문을 들으면 온 감각을 동원해 답을 찾으려고 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질문을 들어 버린 이상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제시한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 우리 조직문화는 현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되고 있는가? 시대착오적인 부분은 없을까?

 - 신념 이외에 남은 우리의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 우리 조직문화를 가족에 빗댄다면 누구와 가장 닮아 있는가?

- 일을 하는 동안 무엇이 가장 힘든지 옆 사람에게 물어봅시다.

- 나는 조직을 통해 어떤 변화를 꿈꾸는가?

- 나는 조직의 주인인가?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 새로운 사람과 기존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우리가 원하는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


끝맺으며


부디 용기를 얻어 가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일상에서의 노동, 개인적인 신념과 단체의 입장, 현실과 타협해야만 하는 어떤 순간들, 이런 것들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일은 고귀하다. 그리고 어렵다. 일상에서의 전쟁에서 다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일터로 돌아갔을 때 내 손에는 어떤 무기가 쥐어져 있을까. 나는 여기서 얻은 용기와 든든함을 일터에서도 내보일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공의 경험보다 실패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아마 나는 또 싸울 것이고, 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또 괴로울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원래 일이라는 게 그렇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듯,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님을 알고 있다. 이 사실이 내가 힘을 낼 수 있게 만든다.

이 힘을 나누고 싶다. 7월 26일에도 같은 워크숍이 마련되어 있다. 쉽게 내보이지 못한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또 있다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너무나도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워크숍을 시작할 때 한 참가자는 이 시간을 계기로 동료와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한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바라본 마지막 장면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의 박수갈채가 한 번 더 쏟아졌다. 가뿐해 보였다. 이 가뿐함을 나누고 싶은 한 사람이야말로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첫 단추일 것이다.



* 본 글은 조직변화확산 워크숍에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신 백사자님의 관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출처] [조직문화작업실] 좋은 답을 찾는 좋은 질문 만들기|작성자 서울시NPO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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