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에 입주하는 인터뷰 [민주주의기술학교]

관리자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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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기술학교는 민주주의도 기술처럼 일상에서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것은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를 배우는 일뿐만 아니라 배운 기술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그 기술을 내 몸에 익히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몸에 익은 기술은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은 사회를 변하게 하는 힘이 된다. 민주주의기술학교는 민주주의에 기술을 더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26일 센터에서 민주주의기술학교 서진 상임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왔다.  

“나와 내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술, 내가 속한 공동체 속의 여러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술, 내 생각과 경험을 꺼내게 하는 기술, 정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술,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대화하게 하고 토론하게 하는 기술, 다른 의견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기술,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게 하고 협력하게 하는 기술 등이 개인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해요.” 



– 이름에 민주주의와 기술이라는 단어가 같이 있는 점이 흥미로워요. 단체 이름을 민주주의기술학교라고 지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인데, 그것도 기술이라는 뜻이에요. 기술을 안다고 해서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훈련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계속 사용해야 내 기술이 완벽하게 되잖아요. 일상에서도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기술처럼 학습하고, 습득하고,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기술을 접목하게 됐어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태도나 그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같이 전달하고 있어요. 더불어 배우고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진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서 민주주의기술학교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 더체인지라는 단체가 민주주의기술학교를 만드는데 바탕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2010년대 초반,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이 거의 없었을 무렵에 더체인지에서 ‘모이고, 떠들고, 꿈꾸고(이하 모떠꿈)’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나누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이후, 2016년에 더체인지 멤버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공부하는 더공부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민주주의기술학교는 팀명 같은 거였어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모임 정도였고, 더체인지와는 별개로 이름만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었어요. 2018년도에 공부모임을 통해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워크숍 형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같이 팀을 이뤄서 일해 보는 경험을 쌓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현실화시켜보자는 차원에서 2019년에 법인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상임연구원의 역할로 조직을 맡게 된 거죠.”

– 어떻게 민주주의기술학교와 만나게 됐나요?

“처음 더공부를 시작했던 구성원들이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부모임을 진행했어요. 저는 2016년 더공부 1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기술학교와 함께하게 됐어요. 더공부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평상시에 나누지 못했던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그 당시 출산하느라 많이 못 나갔음에도 아이를 낳자마자 오고 싶었던 곳이 더공부였어요. 저한테 더공부는 어떤 대화를 해도 즐겁고, 고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해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촉진’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말하는 촉진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넘어,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혹은 소통을 실천하는 행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이다. 그래서 촉진이라는 개념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민주주의기술학교가 진행하는 모든 활동의 기반이 되는 가치로 여겨진다.

– 민주주의기술학교는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기술을 배우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저는 대화를 끌어내고, 소통을 도와주는 과정으로 촉진을 이해했는데요.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촉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촉진은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어요. 민주주의기술학교가 말하는 촉진은 이해·공감·대화·소통을 바탕으로 실천과 행동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의미해요. 회의 진행자 혹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퍼실리테이터라는 말을 많이 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라는 말보다 촉진자라는 단어로 촉진을 이끄는 사람을 설명하고 있어요.

촉진자가 테이블 안에 있을 때, 어떤 태도로 참여자들을 대하는지에 따라 촉진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촉진을 기술로 배워서 워크숍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내가 워크숍에 임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참여하는 분들도 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예를 들면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요. 조직문화를 얘기를 하러 온 참여자들이 워크숍을 진행하는 단체의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소통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으면 괴리가 느껴지잖아요

외부에서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하는 건 뭔가 다른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우리가 가진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촉진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나요?
“촉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만난다고 했을 때, 조직문화, 공론장, 자치라는 단어들이 구체적인 상을 그리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조직문화, 공론장, 학생자치, 마을자치 등 각 영역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촉진이 우리가 가진 힘이라면, 촉진하는 기술이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영역들이 지금 민주주의기술학교 구성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기도 해요. 우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이라는 걸 정해 놓지 않고, 구성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따라 조직의 방향을 잡아가고 싶어요. 다만 변화를 촉진한다는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그걸 어디에서 어떻게 녹여낼지는 구성원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방향을 그리고 있어요.”

촉진자와 참여자의 경계를 허무는 워크숍 ‘모떠꿈’



모떠꿈은 어떤 워크숍인가요?
“모떠꿈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도구와 기술을 경험해보는 워크숍이에요. 도구와 기술을 스스로 학습하는 곳인 거죠. 모떠꿈 워크숍은 선생님과 학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도구를 직접 사용해 보면서 학습하는 것에 가까워요. 촉진자는 스스로 학습하는 걸 도와줄 수 있는 역할로 존재하고, 직접 뭔가를 가르쳐 드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 게 모떠꿈 워크숍의 핵심이에요.

더불어 워크숍 후에 ‘나는 이 도구를 이렇게 써볼 수 있겠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회고하는 과정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기대해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기술학교 구성원들도 촉진자로서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어요.”

– 올해 3번째 모떠꿈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모떠꿈 시즌 3 워크숍을 기획하면서 가장 많이 고려한 점은 어떤 것인가요?
“민주주의기술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일을 경험하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평가하고, 다음 단계로 같이 나갈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저는 구성원 모두가 기획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민주주의기술학교 구성원으로서 일의 경험 차이가 크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범위가 달라질 것 같았어요.

그동안 외부 프로젝트에서는 3·4명 정도의 규모가 기획을 하거나 혹은 누군가 기획을 하고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었는데요. 모떠꿈 워크숍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의도하고 진행해서, 다수의 사람과 기획부터 함께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부분이 모떠꿈 시즌 3의 가장 핵심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같이 일할 것인지 학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 모떠꿈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들은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도구를 익히는 과정에 함께 하는 건데요. 참여한 분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하신 경험이나 사례 같은 것들을 공유해 주신 적도 있나요?
“사례를 듣고 싶어서는 아니었고, 더공부가 자연스럽게 후기를 듣는 자리가 됐어요. 워크숍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다시 초대하면서, 더공부 안에서 도구를 사용한 후기를 듣기도 하고, 민주주의기술학교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넓어졌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지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임들이 연결되고 구슬이 꿰어져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표적으로 처음 더공부 모임을 진행할 때 오셨던 분의 경우는, 워크숍에서 배운 기술을 자기 현장에 엄청나게 적용하세요.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은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늘 의견을 들려주세요. 프로그램 안에서 익혔던 도구들을 실제로 자기 현장에 적용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죠.”

스스로 조직의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변화실험실’

조직에서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기술학교는 그 실천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기술학교는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워크숍을 통해 조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경험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 올해 진행한 중요 사업 중 하나를 2020 활동가이야기주간에 사용할 이야기 카드를 개발한 것이라고 들었어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가 있을 때,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 카드는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꺼낼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도구에요. 내 경험을 환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 만들었어요.   활동가이야기주간에서는 4가지 주제의 이야기 카드가 만들어졌는데,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조직문화와 세대공감 카드를 만들었어요. 카드에는 키워드나 질문 혹은 상황이 적혀 있어요. 조직문화의 경우에는 상황카드와 관점카드로 구성을 나눠서 다양한 관점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했어요.

예를 들면 상황 카드에 새로운 구성원이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는 문구가 있어요. 그러면 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지 자기가 가진 관점카드를 보면서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이에요. 관점카드는 긍정과 부정의 문구를 양면에 넣어서 만들었어요. 앞면에 모든 걸 자기 혼자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있으면 그 뒷면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쓰여 있어요. 어떤 게 맞고, 틀린 게 아니라 한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카드를 만들었어요.

세대공감 카드는 세대 차이에 관한 이야기지만 세대를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점을 두고 만들었어요. 야근을 놓고 봤을 때, 야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윗세대와 내 할 일을 다 했으면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래 세대가 있어요. 혹은 윗세대들은 관계를 바탕으로 일을 풀어가고, 아래 세대들은 일이 먼저고, 일을 잘 풀어 가면서 관계를 맺어요. 이런 상반된 관점을 보게 하면서 세대에 따라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젊은 세대지만 윗세대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윗세대이긴 하지만 젊은 세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스스로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 세대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개별성으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카드를 보고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야기 카드를 만들기 전에 센터에서 진행한 조직변화실험실을 통해서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을 워크숍으로 풀기도 하셨죠?
“2018년에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질문과 대화>라는 독립활동가 워크북을 더이음에서 만든 게 시작이 됐어요. 워크북 안에 질문들이 있는데, 스스로 답을 내보는 과정들로 정리가 되어 있어요. 나 혼자 답을 내 볼 수도 있지만, 워크북을 조금 더 잘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워크숍 형태로 풀어봤어요.

센터에서도 조직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는 뜻이 맞아서 2019년에 센터와 조직문화작업실이라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이 워크숍을 바탕으로 이야기 카드가 만들어졌어요.”



– 조직문화를 워크숍으로 푼다면 어떤 촉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올해 센터에서 진행한 조직변화실험실에 참여한 단체 중 한 곳과 여섯 번의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워크숍에 참여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것들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모으고, 그걸 바탕으로 구체적인 주제를 설정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후에 조직이 어떻게 가고 싶은지 정리하는 과정이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비영리 단체들한테 조직을 고민하는 워크숍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비영리 단체들은 조직에 대한 고민을 전담해서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잖아요.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시간을 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옆에서 그것을 잘 정리하고 이야기를 수평적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과정을 설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워크숍을 통해서 민주주의기술학교가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참여하신 분들이 스스로 답을 찾았다는 효능감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즐거웠고, 이런 과정의 촉진을 우리가 조직문화에서는 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 조직문화가 제일 관심 있는 분야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성향이 큰 것 같긴 해요. 저는 숲을 보는 사람에 가까워요. 근데 조직문화는 숲을 보는 일이더라고요. 숲 안에서 일이나 사람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잘 놓여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이고, 제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어서 조직문화에 제일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중간지원조직 같은 역할을 우리 조직 안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안에서 조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없어서 일만 하다가 여러 문제를 겪는데, 우리는 조직을 전담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가지고 시작한 거죠. 저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잘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거예요.”

–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워크숍 형태를 가장 좋아한다고 느꼈습니다. 워크숍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구성원들이 제일 잘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과 워크숍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기획과 설계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 말고 다른 구성원들이 진행에 탁월한 사람들이 많아요.

낯선 사람들하고 스스럼없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말하는 걸 어렵지 않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워크숍 형태를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활동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우리의 결과물은 워크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새롭게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거기에 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민주주의기술학교가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는 일상 안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행할 힘을 기르는 거라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인가요?
“민주주의는 일상에서 시작이 되어야 거시적인 이야기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가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게 하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질 때,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나 시민사회에 문제가 발생해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커다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민주주의와 사회를 바라보는 큰 민주주의가 선후 관계라기보다, 계속 돌고 도는 관계 같아요.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것은 촛불과 같이 커다란 걸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일상의 민주주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실천했던 사람들이 광장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해요.

마찬가지로 더공부와 민주주의기술학교가 연결하려던 게 아니었지만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이 조직으로 연결되고, 기술을 배우는 사람으로 연결되고,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다시 더공부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이 한 움직임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것 하나도 게을리할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민주주의기술학교가 바라보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센터 입주는 민주주의기술학교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민주주의기술학교가 법인이 되면서 사무실이 필요했어요. 개인적으로 앉아 있는 사무공간보다 회의실을 유용하게 썼어요. 저도 사무공간은 집이나 카페든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같이 모여서 일을 할 때, 안정적으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올해 특히 공간을 유용하게 잘 썼어요. 코로나 때문에 강의나 교육 활동들 보다 앉아서 프로그램이나 도구를 개발하는 일이 많아서 이 공간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공부모임이나 워크숍을 진행할 때 품다, 주다, 받다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는 팀이 최근에 사무실을 구해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고 생각했던 부분이 교육장이 있는 곳이었어요. 이렇게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교육을 진행하는 팀에게는 교육장이 있다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 마지막으로 내년 혹은 앞으로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이제 3년 차에요. 2018년부터 조금씩 일을 같이해보고, 그다음 해에 조직을 꾸리고, 올해는 코로나 등 단단해져야 하는 상황들을 겪다 보니 내년에 우리가 어떻게 될지 기약하기보다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 하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올해 우리가 활동했던 영역들도 올 초에 정해진 거예요. 일하는 방식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해보면서 우리의 활동을 찾아갔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영역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직문화가 우리의 영역으로 들어와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에 방점을 맞추고 조금 더 진행해 보자고 했을 때, 실제로 우리한테 잘 맞는 일인지, 어떤 것들에 더 초점을 맞춰볼 수 있을지 정하는 게 우리의 다음 단계이지 않을까 싶어요.”

– 조직이 천천히 잘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변화를 촉진하는 일을 하는데, 지속 가능성을 갖는 게 우리의 중요한 목표라서 이걸 깨는 방식은 우리의 비전을 놓치게 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천천히 갈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관계로 만들어진 사람이고, 중요한 지향점과 가치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것을 유지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기술학교가 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학교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정리하고 싶어요. 처음에 기술학교가 법인이 되고 조직 안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기술학교가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데로 변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조직의 형태를 남기는 사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관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일을 경험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이야기, 구성원들이 관심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계획,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조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통해서 그녀가 조직을 대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임연구원이 하는 일은 구성원들이 믿어주고, 지지해 줄 거라는 그녀의 말은 동료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신뢰의 응답처럼 느껴졌다.

관계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조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변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조직의 사례로 남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처럼 천천히 자기의 길을 걸어가면서 변화와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그 답의 실마리를 건네줄 수 있는 단체가 되길 기대한다.


  • 이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에 입주하는 인터뷰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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